비 오는 날의 향기와 함께

오늘은 비 오는 날이었다. 아침 일찍 일어나서 창문을 열어보니 담장에는 빗방울이 닿으면서 따뜻한 향기가 퍼져나오고 있었다. 그 향기는 신선하고 상쾌하며, 비오는 날 특유의 느낌이었다. 이제껏 몰랐던 이 향기로 인해 나의 마음도 편안해지고 맑아지는 것 같았다.

밖을 나서보니 길거리는 비가 오면서 사람들이 서둘러 걷고 있었다. 빗소리와 함께 걷는 발소리가 공간을 채우며 귀에 쏙 들어오면서 뭔가 낯선 쾌감이 들었다. 평소에는 바쁘게 드나들고 있는 사람들도 이런 날은 마음을 털어놓고 비치를 보며 걷는다는 생각에 나도 조금은 마음에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. 그래서 나도 서둘러 걷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걸을 수 있었다.

비 오는 날의 향기는 나에게 더운 여름 날의 시원한 바다를 연상시켰다. 물결이 부딪치면서 산란되는 청량한 느낌과 함께, 비 오는 날의 향기도 마음을 상쾌하게 맑게 한다. 이 풍경이 마치 정말로 내가 가야하는 곳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 조금 더 걸어야 할 것만 같았다.

한참을 걸었을 때, 비를 피해들어 새로 오픈한 카페에서 조용한 휴식을 즐길 수 있었다. 이곳은 창문을 통해 비오는 풍경을 볼 수 있었고, 향기로 가득한 커피의 향도 함께 우리 테이블을 감싸고 있었다. 그래서 비오는 날이었지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.

비 오는 날의 향기와 함께하는 시간은 마치 나와 이 세상 사이에 일어나는 작은 기적 같은 느낌이 들었다. 비 오는 날의 향기가 몸과 마음을 살포시 감싸주면서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어주는 것 같았다. 그래서 나도 이 행복한 시간을 마음껏 즐기고 싶었다.

저녁이 되어서야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. 빗방울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그윽하고 가라앉는 소리가 점점 작아져갔다. 호젓한 길 모서리에는 비 내리던 전에 쌓이던 물이 서서히 마르는 모습이 보였다.

비가 그친 뒤엔 비오는 날의 향기와 함께 그 살아 숨쉬는 도시를 감싸는 향기도 사라져 버린다. 다음에 비오는 날에 다시 그 향기를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. 오늘은 비 오는 날의 향기와 함께 보낸 특별한 하루였다.